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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쌓아 올린 오늘

 로컬 가스트로노미가 세계를 달구는 동안, 도쿄의 콘크리트 숲으로 더 깊숙이 파고든 요리사가 있다. 
<플로릴레주>의 가와테 히로야스 셰프다. 그가 생각하는 도쿄 미식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칼럼니스트 시푸미 에토가 만나봤다.

2026년 현재, 세계 미식의 나침반은 명확히 ‘로컬라이제이션 Localization’을 가리키고 있다. 페루 리마의 <센트럴>이 해발 3568m의 안데스 고산지대에 <밀 센트로>를 열어 잉카 문명의 케추아 Quechua 문화를 접시에 담고, 인도의 셰프 프라틱 사두가 히말라야 생태계를 레스토랑 <나르>로 옮겨온 것처럼, 그간 주목받지 못한 나라나 지역, 혹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선택해 그 땅의 문화와 기후, 풍토, 풍습을 바탕으로 요리를 해석하는 것이 미식의 정점이 됐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 도야마의 <레보>, 와카야마의 <빌라 아이다> 등 변두리 지방의 레스토랑들이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으로 각광받으며 전 세계 푸디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반면, 도쿄 같은 대도시의 파인 다이닝은 정체성의 위기를 맞았다. 종종 로컬리즘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비교 대상으로 소비되며 ‘무엇이든 구할 수 있지만, 정작 그곳만의 고유함은 없다’거나, ‘푸아그라, 캐비아 등 고급 식재료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도쿄 셰프들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대에, 왜 도쿄에서 요리하는가?” 
이 질문에 가장 명확하고 선구적인 답을 제시하는 인물이 바로 <플로릴레주 Florilge>의 오너 셰프, 가와테 히로야스 Kawate Hiroyasu다. 

도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아버지와 형, 친척까지 그야말로 요리사 집안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요리의 길에 몸을 던진 그는 도쿄 니시아자부의 명문 <르 부르기뇽>에서 기본기를 다지고, 프랑스 몽펠리에의 <자르댕 데 상스>에서 감각을 키웠다. 귀국 후에는 <칸테상스>의 수셰프로서 기시다 슈조 셰프와 함께 도쿄 미식의 황금기를 열었다. 2009년, 30세의 나이에 자신의 레스토랑 <플로릴레주>를 오픈했는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음에도 늘 이단아를 자처해왔다. 아오야마 시절의 파격적인 오픈 키친, 진구마에 시절의 거대한 디귿 자 카운터, 그리고 2023년 아자부다이 힐스로 이전하며 선보인 13m의 긴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하는 타블 도트 Table d’Hote 스타일까지. 늘 기존 형식을 파괴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재창조해왔다. 
그는 이제 도쿄가 세계의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수신처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전파하는 ‘발신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식물성 베이스와 경산우(출산 경험이 있는 암소)라는 화두를 던지며 도쿄 미식의 언어를 새로 쓰는 셰프. 화려한 스타 셰프의 면모 뒤에 숨겨진,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장인의 시선을 따라가본다 

2023년 아오야마에서 도쿄의 중심인 아자부다이 힐스로 확장 이전했다. 지방 도시에 자리 잡은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의 흥행 속에 계속 도쿄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세계 최첨단 트렌드에 안테나를 세우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는 셰프와 레스토랑, 그리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의 규모. 이 절대적인 양에서 도쿄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글로벌 대형 이벤트에 도쿄 셰프들이 주로 초청받는 것도 이 인프라 덕분이다. 인터넷만 있다면 전 세계 어디와도 연결되는 시대인 만큼, 지방 소도시도 도쿄를 거치지 않고 곧장 해외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지만, 저는 여전히 도쿄에 확실한 우위가 있다고 믿는다. 

현재 도쿄의 미식 신을 평가한다면. 

현시점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도쿄에 파인 다이닝을 오픈하는 건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다. 과거 도쿄는 전 세계 정보가 모이는 수신처였다. 파리, 뉴욕, 서울에서 유행하는 것이 시차 없이 모이고 소비됐다. 해외 유명 셰프들이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도쿄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속도감이 도쿄의 강점이었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도쿄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곳에서, 발신하는 ‘발원지’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지금 가장 뜨거운 K-퀴진처럼 말이다. 현재 도쿄는 그 과도기에 있다. 

수신자에서 발신자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언어화가 필요하다. 2023년 이전을 준비하며 저는 ‘플랜트 베이스 Plant Base’라는 키워드를 내걸었다. 사전에 이미 존재하는 평범한 말인데, 당시 일본에서는 가스트로노미의 영역보다는 대체육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였다. 저는 고객이 이 개념을 미식과 연결하기 전부터 “새로운 <플로릴레주>는 채소 요리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미디어에 플랜트 베이스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발신했다. 언어화를 함으로써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경산우도 <플로릴레주>를 통해 알게 된 미식가들이 많은 것 같다. 

꾸준히 발신하면 고객에게 그 가치가 전달될 것이라고 믿었다. 경산우는 본래 축산 현장의 용어일 뿐 미식 언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는 이 단어에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식재료에 셰프의 기술로 새롭게 발견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철학을 담았다. 이제 일본의 수많은 파인 다이닝에서 경산우를 당당히 메뉴에 올린다. 언어화는 식재료뿐만 아니라, 그 안에 개입하는 요리사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언어화의 감각은 어디서 오나. 타고난 것인가. 

그럴 리가(웃음). 저는 요리를 어떻게 언어로 전달할지 계속 고민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가끔은 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평가를 참고해서 정리해 나간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공간 디자인도 늘 파격적이다. 아오야마 시절의 극장형 키친이나 현재의 타블 도트 Table d’Hote 스타일 모두 전례가 없는 시도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일단 저는 까다로운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웃음). 남들이 다 하는 건 하기 싫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아오야마 시절엔 참고할 모델이 없어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디자이너와 상의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홀과 주방이 분리된 고전적인 형태는 인력 부족 등으로 유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주방을 보여주는 카운터 형식을 택했다. 아오야마 때는 이왕 보여줄 거라면, 전부 공개하자는 생각으로 객석의 단차를 60cm까지 높였다. 실수조차 숨길 수 없는 리스크가 있지만, 주방의 현장감을 고객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주었다. 단점을 장점으로 뒤집는 것,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수렴되도록 하는 것이 제가 계속 고민해온 방식이다. 

<이데미 스기노 Hidemi Sugino>가 문을 닫고, <코트 도르 Cote Dor>의 사이수 마사오 Saisu Masao 셰프가 은퇴 등 최근 도쿄 미식계에서 거장들의 은퇴와 폐점이 화두다. 40대 후반인 셰프는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 

지금이 요리사 인생의 전환기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앞으로 5년 정도는 지금처럼 바쁘게 달릴 것이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 그때는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발신하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소수의 고객에게 집중하며 제 기술의 정수를 담은 요리를 대접하는 형태로 변하지 않을까. 분명한 건 요리를 못하게 되는 삶은 아직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팬데믹 때 이미 ‘요리를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괴로움을 충분히 겪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요리사로 남겠다. 

아시아 미식의 선두 주자로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미쉐린 가이드나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하 A50B) 같은 기존의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플로릴레주>의 스타일을 바꾸었을 때 미쉐린 별을 잃은 적이 있다. 당시에 이노베이티브라는 개념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때 만약 평가에 맞춰 다시 클래식으로 돌아갔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고 되려 A50B에 진입도 못했을 것이다. 트렌드를 좇거나 어워드에 맞추려 무리하기보다는, 자신의 기술과 철학을 단단히 다지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그것이 격변하는 시대에 요리사로서 건전하게 생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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